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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오쿠다 히데오

엽기의사 이라부 시리즈

by 별아가 2011. 2. 8.
공중그네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지은이 오쿠다 히데오 (은행나무,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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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더 풀 & 공중그네 & 공중그네

“뭔 일 있는 게여?” 할머니들이 낌새를 알아채기 시작했다.

“이라부 선생님이 문 잠그고 틀어박혀 버렸어요.”

“바보니께 어쩔 수 없지.” 할머니들이 쓴웃음을 웃었다.

“바보라는 걸 눈치 채셨어요?”

“눈치 채다말다. 무조건 주사만 놔대잖어. 그런 건 처음부터 다 아는 겨. 하지만 말이여. 모두 이라부 선상님을 좋아혀. 바보는 귀엽잖어. 마음이 편해서 좋고.”

“아무렴. 아무렴. 어찌된 영문인지 내 신경통도 좋아졌다니께. 우리 노인네들이야 누군가 보살펴 주고 마음 써 주길 바라는 거 아니겄어. 이라부 선상님은 우리 상대가 되어주니께.”

 

-‘면장선거‘ 中

 

 

이라부는 바보이다. 존경하지 않아도 되는 바보. 어디로 튈지 모르고 나이는 40살 가깝지만 정신연령은 다섯 살 정도이다. 다른 사람들한테 관심도 없고 신경도 쓰지 않고 마이페이스. 보고 있는 사람들을 정신없고 황당하게 만들지만 그래도 간혹 가다 정곡을 찌른다. 세상에 찌든 어른들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것들을 어린 아이의 정신연령을 가졌기에 볼 수 있는 것들도 있을 테니까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이라부는 현대사회의 이생물, 외계인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우리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다른 시각에서 보는 지도 모른다. 그는 결코 대단한 의사도 아니고 존경할 만한 사람도 아니지만 바보라서 귀엽고 마음이 편해서 좋다.

 

이라부 시리즈를 읽으면서 계속 깔깔거렸다. 이라부가 행하는 기이한 행동, 도저히 40살가량 먹은 아저씨라고 볼 수 없는 유치한 행동과 기행들. 물론 시니컬하고 마이너 감성을 지닌 노출증 간호사 마유미도 빠질 수 없다. 그들은 결코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사람들이지만 그래서 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절대로 맨정신으로 할 수 없는 일들을 태연히 해내고 남들 시선에는 눈꼽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그들. 이 피곤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나에게는 너무나 부럽다. 물론, 그들처럼 할 자신은 전혀 없다. 그저 대리만족을 느끼는 거랄까?

 

우리와 같은 소시민들을 다룬 ‘인 더 풀’, 전문적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다룬 ‘공중그네’, 표제작을 제외하고 누구라도 알 만한 유명인들을 다룬 ‘면장선거’. 이라부 시리즈가 여기에서 끝날지 계속될지는 알 수 없으나 계속된다면 다음 행보가 몹시 기대된다. 그리고 이라부와 마유미 콤비의 활약을 계속 보고 싶은 욕심이 크다. 이 험난한 세상, 남의 시선 의식하느라 스트레스 받는 세상에서 이라부와 마유미처럼 자유롭게 살 수는 없지만 대리만족을 느껴보고 싶다. 그리고 그들을 만나면서 나 또한 조금씩 치유될 테니까. 그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음에도 말이다. 그런 점에서 어쩌면 이라부는 진정한 명의가 아닐까 조금, 아주 조금 생각해 본다. 하하, 물론 그릴 리 없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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